한국 단편소설 두 번째로 살펴볼 소설은 이청준의 단편 소설 <연>입니다.
먼저 <연>의 작가인 이청준의 생애와 작품 활동, 수상작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연>의 간단한 줄거리 알아본 후, 독후 활동으로 작품이 쓰인 배경, 등장인물 분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과 관련된 "상상해보기" 시간도 갖도록 할게요!
1 작가 이청준
1-1 생애
이청준 작가는 1939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족은 부모님을 포함해 총 10명으로 많은 형제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내와 큰 형이 죽고, 2년 뒤 아버지까지 돌아가셨고, 어렸을 적의 이런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에 죽음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6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친척집에서 머물다 자취를 하며 학교 생활을 합니다. 이때 고향 마을의 가난을 인식했으며 그곳에서 벗어나려 한 흔적은 그의 작품 <눈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후 그는 서울대학교 독문과에 입학해 졸업 전인 1965년 <퇴원>이 사상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게 됩니다. 1975년 그가 37세가 되던 해 1960년 이후 처음으로 고향에 방문합니다. 이후로 남도소리와 어머니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발표하게 되는데 <눈길>, <서편제> 등에서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연> 역시 고향과 어머니를 키워드로 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1-2 작품 활동
그는 1965년 처음 데뷔하게 된 소설 <퇴원>을 시작으로 <병신과 머저리>(1966), <굴레>(1966), <석화촌>(1968), <매잡이>(1968)등을 발표합니다. 이청준의 초기 작품들의 특징은 현실과 관념, 허무와 의지를 대응시켰고, 경험적 현실을 관념적으로 해석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소문의 벽>(1971), <조율사>(1972), <떠도는 말들>(1973), <당신들의 천국>(1974), <이어도>(1974), <잔인한 도시>(1978), <살아있는 늪>(1979) 등의 작품을 발표합니다. 이때의 작품들에서는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경향은 4.19와 5.16이란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980년대에는 삶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 존재와 시간적 의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간의 문>(1982), <비화 밀교>(1985), <자유의 문>(1989) 등에서 그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청준의 작품은 관념적 소설로 평가받는데 이는 1인칭 화자가 자신과 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법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시점에서 사건을 지켜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회의식이 드러나고 이념적인 지향 또한 드러나게 됩니다. 화자의 이런 끊임없는 의식적 활동이 그의 소설을 관념적으로 만드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청준의 몇몇 작품은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이청준의 단편소설 <서편제>를,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소설 <벌레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1-3 수상 내역
1967년, 제12회 동인문학상 - <병신과 머저리>
1978년, 제2회 이상문학상 - <잔인한 도시>
1985년, 대한민국문학상 - <비화 밀교>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 <자유의 문>
1994년, 제2회 대산문학상 - <흰 옷>
1998년, 21세기문학상 - <날개의 집>
2004년, 제36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2 <연> 줄거리
건이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둘이 산다. 가난한 형편에 연실 하나 구할 수 없어 아이들이 연 날리는 모습을 보기만 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가 됐지만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했다. 대신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연실을 큰 마음먹고 장만해주었다. 마을 하늘 위로 아들의 연이 떠있는 모습을 볼 때면 어머니의 마음은 편하면서도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연이 자신을 묶고 있는 연실을 끊고 날아갈 것만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연은 하늘 더 위를 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다시 본 하늘에 연은 없었다. 밑으로 떨어지는 연줄만 보일 뿐.
아지매요. 건이 새끼 좀 빨리 좇아가 봐야 혀요. 건이 새낀 아까 도회지 돈벌이 간다고 읍내께로 튀었다니께요. 지는 도회지 가서 돈 벌어 온다고 연실 같은 건 내나 실컷 감아 가지라면서요…….
어머니의 모습은 매우 차분해 보였고,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아들이 어딜 가든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3 작품 이해하기
3-1 작품의 시점, 배경, 주제, 그 외 특징
이 작품의 갈래는 단편 소설로 작가가 어머니의 마음을 모두 알고 대변해주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 시간적 배경은 학보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컸던 1970년대이며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과 해소를 연이라는 상징을 통해 보여줍니다.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깝고, 아들이 어디서든 잘 지내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3-2 작품의 특징
<연> 속에는 다양한 비유와 상징이 등장합니다.
소설 도입부에는
"연은 먼 하늘 여행을 꿈꾸는 작은 새처럼 하루 종일 마을 위를 맴돌았다."
"들에서나 산에서나 마을 근처에선 언제 어디서나 새처럼 하늘을 떠도는 연을 볼 수 있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연을 자유로운 새에 비유한 것입니다. 새는 자유를 갈망하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연이 하늘에 떠올라 있는 동안은 어머니도 마음이 차라리 편했다."
"연을 보면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아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연은 언제나 머나먼 하늘 여행을 꿈꾸고 있는 작은 새처럼 보였고, 그래서 언젠가는 연 줄을 끊고 마을의 하늘을 떠나가 버릴 것처럼 어머니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는 대목으로 보아 어머니는 연과 아들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연은 아들을 상징하는 존재이고 이 연과 아들은 새로운 세계로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어머니는 연실을 마련해 아들을 잡아두었고, 이 연은 연실로 인해 멀리 날아갈 수 없었습니다. 아들 또한 그랬죠.
그러다 연실이 끊어져 멀리 날아가게 되자, 어머니 또한 아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연실이 끊어져 날아간 연은 어머니 곁을 떠나간 아들을 상징합니다.
3-3 작품 속 캐릭터 이해
이번에는 <연> 속의 두 등장인물, 어머니와 아들 건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가난한 형편 때문에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들을 위해 연실을 마련해줍니다. 항상 연이 날아갈까 불안해하며 연을 바라보다 끊어진 연줄을 보며 아들의 가출을 눈치챕니다. 아들이 어딜 가든 몸만 성하라며 아들 걱정을 하는 어머니입니다.
아들 건이: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아이들이 연 날릴 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자 동네에 홀로 남아 연을 날리던 아이입니다.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 한채 도회지로 돈을 벌러 떠납니다. 다른 아이들이 가진 것을 자신만 가지지 못한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집을 떠난 진취적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상상해보기
이번 작품 역시 두 가지 관점에서 상상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각각 어머니의 입장과 아들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상상을 해보기 전 <연> 속 줄거리를 바탕으로 각 인물이 처한 상황을 현시대에 맞게 각색해 보았습니다. 먼저 각 인물의 현재 상황을 들려드릴게요
4-1 어머니의 상황
남편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는 자라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남편이 떠난 이후 가세는 점점 기울었고, 아들은 그 흔한 학원 아니 학습지 한번 해보지 못한 체 중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별문제 없던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여러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 일탈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돈을 벌어 오겠다는 명목 하에 가출을 하게 된다.
Q1. 어머니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시나요? 그렇다면 이미 아들이 가출까지 한 상황에서 어머니인 여러분은 어떤 조치를 취할 건가요? 혹은 <연> 속의 어머니처럼 아들의 안녕을 빌어줄 것인가요?
4-1 아들의 상황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사진으로 알게 되었다. 태어나보니 내 세상엔 어머니가 전부였다. 어머니는 힘들게 일하셨고, 우리는 하루하루 겨우 살아냈다. 초등학생 때는 그럭저럭 잘 버텨냈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후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 준비물도 겨우 가져가는 마당에 학원은 꿈꿀 수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 가기 바빴다. 난 자연스레 그들과 멀어졌고, 한껏 유행을 쫓아가기 바쁜 그들을 내가 먼저 멀리하게 되었다. 이대로 살기는 싫었다. 나를 위해서도 어머니를 위해서도.
Q2. 내가 만약 아들의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연> 속 아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가출을 할지, 아니면 더 나은 방안을 선택해 실행할까요?
두 질문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세요! 저도 곧 제 상상 속으로 들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을 해본 뒤 돌아오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청준 / 연 / 매
- 서울신문
- 국어 교과서가 사랑한 중학교 소설 읽기, 중1 둘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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